미국 DigiPro & SIGGRAPH 2017 Los Angeles

여름휴가 성수기를 맟아 인천공항 사상 최대 이용객 기록 경신의 날. 공항 체크인에 두 시간이 걸렸다는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다. 저녁 8시 출발 비행기인데도 한시간 반 이상이 소요됐다. 출발 세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 했는데도 시간이 빠듯했다. 식당에 앉을 곳도 없었다. 스텐딩 테이블 하나 겨우 구해서 가까스로 비싼 빵 부스러기를 조금 먹을 수 있었다. 인천공항이 이정도로 붐비는건 처음 봤다. 그런데 도착한 LAX 공항도 사정은 비슷했다. 착륙 후 공항 밖으로 나오는 데에만 한 시간 이상. 모닝캄은 수하물이 제일 처음에 나왔는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닌가보다. 나오는데 한참 걸렸다.

비행기 화장실 사용은 기내식을 먹은 직후 아직 치우지 않았을 때가 가장 적당한 것 같다. 이 때를 이용하면 조금 더 여유있게 양치를 할 수 있다. 얼마전 기내의 물은 꽤 더럽다는 기사를 봤다. 대한항공에서 처음에 나눠주는 생수를 이용했는데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어느덧 SIGGRAPH를 참관하는 것도 8번째 이다. 갈때마다 무언가를 듣고 얻어와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다녀와서 리포팅 및 세미나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가 알게모르게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출발 전 삼일동안 뭐를 먹었다하면 설사.. 매번 ILM, Weta, MPC, Disney, Pixar, Dreamworks 등의 발표를 들으며 “와~ 대단하다. 우리는 언제나 저런 걸 해볼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Talks sessions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Accept된건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어쨌든 한국의 CG studio에서도 시그라프에서 발표를 하는 날이 오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싶었는데 MacBook 충전기를 두고 왔네. 아.. 쓰방. LA 현지인 배진혁씨의 도움을 받기로.. 완전 고맙.

첫 날. 역시 시차적응 여지없이 실패. 네 시간 자고 일어나서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작년 DigiPro는 돈 많은 디즈니에서 후원을 해서인지 Reception에서 칼질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기대가 된다.

매년 느끼는 거지만 Convention Center 안은 너무 춥다. 정말 이건 인간적으로 너무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두툼한 후드티를 준비해서 입고 갔지만 이거 하나로 에어컨 냉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첫 날 반바지를 입었던게 타격이 컸던 것 같다. 둘째날 부터는 긴바지를 입으니 한결 나았다. 후드티 안에 긴팔티를 한 겹 더 껴입고 나니 어느정도 버틸 수 있었다. 맨 처음 시그라프에 왔을 때, 반팔 면티+반바지만 가지고 와서 일주일을 버티다가 얼어죽을 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항상 강조하지만 시그라프의 필수 준비물은 두툼한 긴팔 옷들이다.

졸립다. 졸립다. 졸립다.. 시차적응 완전 실패. 일찍 자던, 늦게 자던 상관없이 딱 4시간만 자고 나면 눈이 떠져서 말똥말똥하다. 대체로 이곳 시간으로 새벽 2시 정도에 잠이 깼는데, 할 일이 없어서 야구 중계를 계속 봤더니 대여해 온 포켓 와이파이 최대 사용량이 어느덧 한참 지나 있었다. 최대 사용량 까지 사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몰랐는데, 어떠한 경고 메세지도 오지 않는다. 1GB 초과당 3만원…. 아… 4GB 초과… 짱난다… 그래도 박용택의 끝내기 홈런은 짜릿했다. 그러나, 수면 부족. 항상 오후에는 비몽사몽 방아를 찧고 있다. Framestore의 Beauty and the Beast 세션은 어렵게 들어가서 앉았는데, 시작하자마자 잠이 들어서 눈을 뜨니 끝나 있었다. 아… 보고 싶었던 내용이었는데…

발표자들의 대부분은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여러 개의 문장이 띄어쓰기 없이 알파벳들이 다닥다닥 붙은 채로 귀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아… 너무 빠르네… 슬라이드 넘기는 속도도 너무 빨라서 받아적는 것도 한계가 있고, 답답하다. 괴로워하고 있는데 옆을 보니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두 명의 전담 수화 통역사가 번갈아가면서 1m앞에 마주보고 앉아서 서비스를 해준다. 순간 “바로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영어 리스닝 스킬을 올리는 것 보다 수화를 배우는게 빠르지 않겠는가? 그러나, 조금 알아보니 수화는 각 나라마다 다 틀리다고… 수화에도 영어가 있다고…

시그라프에는 컴퓨터그래픽스 전문 간이 서점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책들을 아마존을 통해 한국에서도 구입 가능하지만 내용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매년 몇 권 씩 사가지고 가곤 한다. 올해에는 매달 서적을 구입할 수 있는 회사 과제 카드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이 카드로 180만원 어치의 책을 쓸어 담았다. 계산하려는데 서점 주인 아저씨 입이 찢어진다. 연신 한국말로 “감 싸 합니다.”를 외치신다. 아랍 왕자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 잠시 아시아의 프린스가 되어보았다.

오늘 드디어 발표를 했다. 나름 발표를 많이 해봐서 앞에 나가서 말을 하는게 그다지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해보는 영어 발표라서 그런지 긴장이 많이 되었다. 스크립트도 다 써놓고 그냥 보고 읽기만 하면 되는건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가장 큰 문제는 발표 후의 Q&A. 질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발표 시간을 20분으로 딱 맞추는 아주 훌륭한 전술을 연마했다. 각 슬라이드 마다 타임코드도 넣고 연습도 많이 했는데… 아뿔사… 긴장을 해서인지 발표를 시작할 때 스톱워치를 켜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발표가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대참사. 위에 올라오니 아래쪽에 있을 때보다 에코가 훨씬 심하고 질문이 뭔소리인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줄리가 없었다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발표 중에 몰래 사진을 찍어주신 정석희, 임영수, 최병국, 장호석님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올해 시그라프에서도 어김없이 Pixar Art & Science Fair에 참석했다. 발표도 끝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Pixar show에 참가할 수 있었다. 목적하던 teapot도 받았다. 올해의 teapot은 곧 개봉할 CoCo에서 모티브를 따온 디자인이라고 한다. 하늘색과 분홍색이 있었는데, 분홍색이 훨씬 이뻐 보였다. 운좋게도 pink teapot을 get! Pixar 21.5에 대한 새로운 기능들에 대한 설명이 주였는데, 그것보다도 22 버전에 대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RenderMan도 CPU와 동시에 GPU를 지원한다는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이었다. 언제 출시할런지는 미정.

항상 시그라프가 끝나고 돌아가면 숙제를 잔뜩 받아가는 느낌이다. RedShift, USD, Katana, Houdini, GVDB, 그리고 fast & intuitive instancing pipeline. 나와 우리 팀원들은 잘 해내리라 믿는다.

드림웍스 투어.
캠퍼스, 극장, 테마파크의 느낌이 나는 아름다운 회사 전경.
내부에는 그동안 작업했던 화려한 아트웍들.
부럽다.

태어나서 먹은 한끼 식사 중에서 가장 비싼 저녁 식사.
LA에 있는 미슐랭 투 스타 식당 Melisse!
Four, Seven, Ten 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Seven을 먹었다.
화려한 플레이팅. 처음 맛보는 신기한 맛의 음식들.
제일 마지막 코스로 컵라면이 나왔다면 미슐랭 쓰리 스타가 될 수도 있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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