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겉넓이와 부피

반지름이 r인 구(sphere)의 겉넓이와 부피를 계산하는 공식은 각각 다음과 같다.

적분을 이용하면 간단명료하게 위의 두 가지 공식을 증명할 수 있다.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면 관련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에 구의 겉넓이와 부피 공식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한다고는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교과과정에서야 배우는 적분을 활용하여 이 공식을 증명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래서 중학교 수학에서는 이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첫째 아이의 교과서 및 문제집을 살펴보았다. 일반적인 중학교 교과서 및 문제집에서 구의 겉넓이와 부피를 설명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구의 겉넓이]

구의 겉면을 노끈으로 빈틈 없이 겹치지 않게 감는다. 이 노끈을 풀어서 평면 위에 납작한 원을 만들면 반지름의 길이가 2r이 된다. 즉, 반지름의 길이가 r인 구의 겉넓이는 반지름의 길이가 2r인 원의 넓이와 같다.

[구의 부피]

밑면인 원의 반지름이 r, 높이가 2r인 원기둥 모양의 그릇에 물을 가득 채운다. 이 그릇에 반지름이 r인 구를 넣었다 빼면 원기둥 높이의 1/3 만큼의 물이 남는다. 즉, 원기둥 높이의 2/3에 해당하는 물이 넘친다. 넘친 물의 부피는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구의 부피와 같기 때문에 구의 부피는 원기둥 부피의 2/3가 된다.

나름 중학교 1학년 수준에 맞는 정도에서 최대한 직관적으로 구의 겉넓이와 부피 공식의 의미를 설명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위의 내용들은 수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식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한 이유라기 보다는 오히려 결과에 가깝다.)

  1. 구의 겉넓이 – 눈대중만으로는 노끈으로 만든 원의 반지름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만약 찾아야 하는 진실이 2r이 아닌 2.01r이라면 어쩔 것인가?
  2. 구의 부피 – 눈대중만으로는 남은 물의 높이를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만약 찾아야 하는 진실이 r/3이 아닌 r/2.99이라면 어쩔 것인가?

10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 오차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반지름(r)이 1 m라면 100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는 1 cm가 된다.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묻고 싶다. 본인이 수천 만원을 주고 구입한 자동차에서 1 cm 만큼의 이격이 발생했을 때에도 괜찮다고 넘어갈 수 있을까?

“일단 중요하니 대략의 의미를 이해하고 결과를 외워라! 엄밀한 증명은 몇 년 뒤에 적분을 배우면 알려주겠다.” 정도의 전략으로 보인다.

“구의 겉넓이: 4 파이 알 제곱”
“구의 부피: 3분의 4 파이 알 세제곱”

이 공식들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암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공식의 암기로 그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고 찜찜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이 공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나, 또는 진짜 맞는 식인지에 대한 의심이 드는 사람들은 수학적인 증명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저 공식들을 외워서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것 보다는 공식이 생겨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접근법인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적분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구의 겉넓이와 부피 공식을 유도할 수 있을까? 평상시에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다. 결론은 “할 수 있다!”이다. 구글과 유튜브를 통해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았고 그 결과를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즉,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구의 겉넓이 공식을 유도해보자.

그 전에 먼저 알아야할 내용이 있다. Archimedes’ Hat-Box Theorem이라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S1과 S2의 넓이가 같다는 정리이다. 그 이유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h가 고정된 상태에서 위 또는 아래로 움직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원기둥의 경우 띠의 위치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더라도 S2의 넓이는 변하지 않는다. 구의 경우 띠가 위로 올라갈수록 S1은 점점 더 기울어지기 때문에 넓이가 증가한다. 하지만 기울어져서 넓이가 증가하는 만큼 이에 정확하게 비례해서 반지름이 감소하면서 기울기 변화에 의한 넓이 증가분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넓이는 변하지 않는다.

보다 엄밀하게 수학적으로 증명을 해보자. 만약 위의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굳이 확인까지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이 과정은 건너 뛰어도 된다.

Archimedes’ Hat-Box Theorem에 대한 수학적 증명 시작

다음 그림과 같이 구 표면을 사각형으로 잘게 쪼개보자. (북극과 남극 주변은 삼각형이지만 사각형의 특수한 경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GNcFjFmqEc8

같은 위도상(여기서는 위에서 5번째 줄)에 존재하는 띠 형태를 구성하는 사각형 요소들을 합하면 위의 그림에서의 S1이 된다. 임의의 S1에 속해 있는 사각형 요소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생각해보자. 이 사각형 요소를 노란색으로 표시하였다. 수직 방향의 중심축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뻗어 나와서 원기둥 상에 투영(projection)되어 대응되는 사각형 또한 같은 노란색으로 표시하였다. (이 사각형은 S2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이 때 해당 요소들만을 떼어내서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쐐기(wedge) 형태가 된다.

그림상에서는 둘 다 곡면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직사각형이 아니지만 높이 h를 무한히 작게 만들면 곡면은 평면으로 수렴되고, 이 평면상에 존재하는 도형은 직사각형으로 간주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직사각형의 넓이가 같고, 다른 직사각형 요소들에 대해서도 이 내용이 성립하기 때문에 S1의 넓이와 S2의 넓이가 같다는 것이다.

두 직사각형의 넓이가 같음을 증명해보자.

구(sphere) 상에 존재하는 직사각형을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밑변의 길이와 높이를 각각 x와 y라 하자. 마찬가지로 원기둥(cylinder) 상에 존재하는 직사각형을 파란색으로 표시하고 밑변의 길이와 높이를 각각 w와 h라고 하자.

위의 그림은 구를 옆에서 본 모습이다. 편의상 빨간색 직사각형과 파란색 직사각형을 크게 그렸지만 사실 이 두 사각형의 크기는 굉장히 작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의 그림에서 d는 0 ~ r 사이의 값을 가진다. 즉, 띠가 북극 또는 남극에 위치할 때 d=0이고, 적도에 위치할 때 d=r이 된다.

이 그림을 위에서 보면 다음과 같이 보인다.

빨간색을 밑변으로 가지는 이등변 삼각형과 파란색을 밑변으로 가지는 이등변 삼각형은 서로 닮음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다시 옆에서 본 모양을 상상해보자.

위의 그림에서 두 개의 직삼각형은 서로 닮음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인 “wh = xy” 가 증명되었다. 따라서, Archimedes’ Hat-Box Theorem이 성립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Archimedes’ Hat-Box Theorem에 대한 수학적 증명 끝

원래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반지름이 r인 구의 겉넓이였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위에서 증명한 Archimedes’ Hat-Box Theorem에 의하여 h=2r이 되면 다음의 등식이 성립한다.

구의 겉넓이 = 원기둥의 옆면의 넓이

원기둥의 옆면을 잘라서 펼치면 다음과 같은 직사각형이 된다. 이 직사각형의 밑변의 길이는 반지름이 r인 원의 둘레의 길이이고, 높이는 반지름의 두 배인 2r이다.

“구의 겉넓이: 4 파이 알 제곱”임이 증명되었다!

참고로 “구의 겉넓이 = 원기둥의 옆면의 넓이”가 되는 것을 진짜 털실을 가지고 확인해본 유튜버가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내용을 확인해 보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Fyvq-jIQKr8

여기서 잠깐.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구의 겉넓이는 구의 중심을 지나는 평면으로 구를 잘랐을 때 만들어지는 원의 넓이의 4배이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GNcFjFmqEc8

이제 구의 부피를 구해보자. 구의 부피는 구의 겉넓이를 이용하여 계산한다. 구의 겉넓이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이 Archimedes’ Hat-Box Theorem을 증명하기 위해서 다소 복잡했는데, 그에 비해 구의 부피를 구하는 공식은 비교적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다.

다음 그림과 같이 구를 n개의 각뿔들의 합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삼각뿔이어도 상관 없고 사각뿔, 오각뿔이어도 상관없다. 심지어 여러 모양의 각뿔들이 섞여 있어도 된다.)

각 각뿔들의 밑면의 모양과 넓이는 다를 수 있지만 높이는 모두 구의 반지름인 r로 동일하다. 각 사각뿔들의 밑면의 넓이를 각각 B1, B2, …, Bn이라고 하자. (여기서 n은 매우 큰 수이다. n이 크면 클수록 구의 부피에 수렴한다.) 이 때, 모든 각뿔들의 부피를 더하면 구의 부피가 되므로 다음과 같은 식이 성립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각뿔의 부피는 각기둥의 부피의 1/3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에 대한 수학적 증명은 “초등수학을 결정하는 개념 총정리“라는 책에 정리되어 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uPl_8o_j7k

이것으로 구의 겉넓이와 부피 공식을 유도해보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해보자. 다음 그림과 같이 반지름을 공유하는 원뿔, 원기둥, 구의 부피 사이에는 1:2:3의 비가 성립한다.

아르키메데스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원기둥의 부피로부터 구의 부피를 계산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아르키메데스의 묘비에는 이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그림을 “아르키메데스의 묘비 (Archimedes’ tombstone)” 그림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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