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법소년, 용소야, 쿤타맨

언젠가부터 어릴적에 봤던 만화책이 보고 싶어 졌다. 특히 권법소년, 용소야, 쿤타맨. 모두 가지고 있던 만화책들이었는데 이제는 언제 없어졌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이 책들은 정판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적판도 아니다. 콩콩 코믹스라는 회사에서 일본 원판을 저작권 없이 들여와서 베껴 그린 후 판매한 만화들이다. 어쨌든 몇 년 전 부터 다시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얼마전부터 본격적으로 구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하기 쉽지 않다. 때가 너무 늦어버렸다.

헌책방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헌책방이 이제 거의 다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얼마전 공씨책방이라는 곳을 알게 되어 다녀왔다. 공씨책방은 서대문구에 있던 유명한 헌책방이었는데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얼마전에 성동구로 장소를 옮겼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구경할겸 찾아갔었는데 규모가 너무 작아서 놀랬다. 실패.

오늘은 상봉역에 있는 좋은책많은데와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다녀왔다. 좋은책많은데에서는 희망을 봤다. 다만 책이 너무 많아서 찾을 수가 없다. 사장님도 책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신다. 1시간 넘게 찾아봤는데 통로 폭이 사람 한 명 지나다니기도 어려워서 낮은 곳에 있거나 높은 곳에 있는 책은 쳐다보기 조차 어려웠다. 80년대 만화책들도 꽤 됐는데 내가 찾는 책들은 없었다. 혹시 구하게 되면 연락달라고 부탁드리고 나왔다. 잘만 찾으면 보물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청계천 헌책방 거리로 향했다. 평화시장 옆 청계천 따라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실망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곳은 이미 헌책방 거리가 아니었다. 헌책방도 채 10곳이 되지 않고 그마저도 가게들이 너무 작았다. 언뜻 봐도 내가 찾는 것들과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있을 가능성은 1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검색해 보니 권법소년은 한 권에 3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쿤타맨은 100만원 이상!) 가만히 가지고 있었다면 다 돈이 되는 것을 왜 그러지 못했을까.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 때, 누군가 나에게 속삭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20년 뒤의 나였다. 그렇다! 지금이라도 모아야 한다! 생각을 해보니 좋은책많은데 마저 없어진다면 사실상 예전 책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이제 없을 것 같다. 오전 내내 손님은 나 밖에 없었고 사장님 내외 분 연세도 많아서 내일 당장 문을 닫는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분위기였다. 한 시간 동안 뒤지면서 밨던 슬램덩크, 드래곤볼, 씨티헌터, 아톰, 남벌, 은하철도 999, 마징가Z, 아키라, 아기 공룡 둘리 등.. 권법소년은 이미 늦었지만 이것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 곧 차를 끌고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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