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Alaska) & SIGGRAPH 2005 LA

SIGGRAPH 2005: Jul 31 – Aug 4, Los Angeles Convention Center

앵커리지 (Anchorage) → 페어스뱅크 (Fairbanks) → 푸르드호 베이(Prudhoe Bay) → 페어스뱅크 (Fairbanks) → 앵커리지 (Anchorage) → 로스앤젤레스 (Los Angeles): Getty Center, Universal Studios Hollywood

SIGGRAPH 2005 참관 전 경유지를 어디로 할까 고민 하다가 연구실 사람들의 의견은 알래스카로 모아졌다.

보통 알래스카 여행이라고 하면.. 앵커리지에서 유람선 빙하 투어를 하며 우아하게 보내는 것이 보통의 코스이다.

하지만, 러시아산 랍스터로 배로 채운 우리 일행 6명은 북극해를 보겠다는 무모한 일념 하나로 마트에서 먹거리들을 주섬주섬 사 모아 크라이슬러 Town & Country 렌트카에 몸을 실었다. (미국 딸기는 큼직하고 먹음직스럽게 생겼는데 신맛이 강하고 단맛이 없다.)

무모한 왕복 3일 동안의 무박 여행.
왕복 거리 2600km.

국제 운전 면허증을 가져온 3명이 돌아가면서 나침반 방향의 정북쪽을 향해 쉬지 않고 운전을 했다.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은 역시 듣던대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알래스카의 대자연을 보는 것은 한 시간 정도면 족했다. 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알래스카의 자연 풍경은 1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자기 전과 변함이 없었다. 그저 침엽수+산+들판의 copy & paste일 뿐이었다. 대형 순록이 갑자기 튀어나와 추돌 사고가 날 뻔했다. 덩치에 맞지않게 성큼성큼 치고 나오는 스피드가 엄청났다.

우리가 알래스카에 갔을 때에는 하루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기간이었다. 그래서,  24시간 고도가 낮은 태양을 정면으로 보면서 운전을 해야 했다. 썬글라스를 끼고도 눈이 부셔서 전방 시야 확보 거리가 채 100미터도 되지 않았다. 인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비포장 도로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되면 영락없이 시체로 발견되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역시나… 뒷좌석에 앉아 있는데 “어어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돌기 시작했다. 핸들을 꺾을 때마다 창 밖의 풍경이 종방향이 아닌 횡방향으로.. 왼쪽으로 돌았다 오른쪽으로 돌았다를 몇 차례 반복하다가 겨우 멈췄다. 전방 시야 확보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길의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브레이크를 밟아서 벌어진 사고였다. 비포장 길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직전에 운 좋게 겨우 멈췄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계속된 여행. 운전 임무을 마치고 맨 뒷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또 “어어어어~” 하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눈을 떠보니 또 창 밖의 풍경이 종방향이 아닌 횡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두 번째 미끄러짐. 순간 드는 생각은 첫 번째 미끄러질 때에는 정말 운이 좋았다.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구나.. 그동안 살아온 삶이 필름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또 운좋게 1m 아래 길 밖으로 굴러 떨어지기 전에 차는 멈췄다. 전화,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한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비포장 도로에서 차가 미끄러져서 만난 두 번의 큰 죽을 고비. 평생 운을 여기다 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나가다 보니 하천이 흐른다. 잠시 내려서 경치 구경을 하면서 쉬어 가기로 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데 모기떼들이 우리 피를 빨려고 모여들었다. 와~ 이게 벌떼냐 모기떼냐. 차로 뛰어 들어온 우리는 다시 정북쪽으로의 드라이브를 계속 했다.

지도에 나타나 있는 알래스카에서 사람이 묵어 갈 수 있는 도시? 마을?은 중앙에 있는 페어스뱅크,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인 북쪽의 프르드호 베이 뿐이다. 지도를 보면 앵커리지에서 페어스뱅크까지는 실선으로 되어 있지만, 페어스뱅크에서 프르드호 베이까지는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마도… 거길 왜 가냐.. 가지말라는 표시인 것 같다. 이 메세지를 처음부터 알아챘어야 하는건데… 페어스뱅크까지는 그나마 라이더들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그냥 오두막 한 채에 식당, 주유소가 같이 있는 페어스뱅크의 유일한 휴게소를 지나면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온갖 어려움을 뚫고 도착한 북극해. 겁나 추운 눈보라 바람이 부는 그냥 동해. 허탈함. 컨테이너를 붙여서 만든 숙박비가 겁나 비싼 푸르드호 베이 호텔. 그래도 우리처럼 북극해를 보러 오는 사람이 있기는 했다. 신혼여행을 이곳으로 온 부부는 수영복 차림으로 북극해에 뛰어든다. 프르드호 베이에서 송유관을 앵커리지 까지 연결해서 한국 등으로 석유를 수출한다고 한다. (몇 년 후에 프르드호 베이가 폐쇄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이제 북극해를 봤으니 앵커리지로 돌아가자!

그러나, 타이어 펑크.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 중에 때마침 지나가는 대형 트럭. 좀 도와주나 싶었는데, 그가 창문을 열어 우리에게 한 말은 “Good Luck!”. 그리고 그냥 가 버렸다. 스페어 타이어로 갈아 낀 다음 위태로운 여행은 계속 되었다.

아무도 없는 산 속에서 갑자기 주변이 연기로 어두워져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자연산불이다. 산 속에서 불과 연기에 고립돼서 죽을 뻔했다.

알래스카 공항에 박제가 되어 있는 일어선 키가 3m에 육박하는 북극곰. 각 손가락에는 내 손바닥 만한 발톱이 하나씩 달려 있었다. 그걸 보고 든 생각은.. 북극곰이 기후에 적응해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육지에서 맞서 싸울 수 있는 동물은 코끼리가 유일할 듯. 북극곰을 만나면 일단 죽은 척을 하고, 그래도 북극곰이 멀리 가지 않는다면 이왕 죽을꺼 맞서 싸워라라고 써 있던 문구가 기억난다. 프르드호 베이에서 아기 북극곰을 볼 수 있었는데 주변에 엄마 북극곰이 있을까봐 두려웠다.

운 좋게 살아서 돌아온 우리에게 남은 미션은 진흙으로 걸레가된 렌트카 복원하기.
반납 전에 세차장에서 세차를 하는 것으로 우리의 알래스카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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