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낭 여행

태어나서 첫 해외 여행! 요새 대학생들이 유럽으로 한 달 정도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유행인데, 나는 왠지 유럽보다는 초강대국 미국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유럽 대신 미국을 선택하게 되었다.

6/22 (일)

– 드디어 샌 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 도착. 출발할 때는 6월22일 02:30 PM 이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보니 6월22일 10:00 AM이다. 반나절 정도 젊어진 기분이다.

– 사람들이 많아서 입국수속을 하고 짐을 찾아 빠져 나오는데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늦었다. 한 시간 동안 공항 입국장 밖에서 기다리는 누나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두근두근 긴장됐던 질문 타임을 거쳐, 어렵사리 누나를 만날 수 있었다. 누나는 미국 Nebraska 고모님 댁에서 1년 째 어학연수 중이다. 1년만에 보는 얼굴. 반갑군.

–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보지 못했던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이 인상적이다. (한 달여 미국 여행을 하는 동안 하늘에서 구름을 본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미국의 날씨는 맑고 쾌청했다. 대신 40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지속되었다. 한국에서는 본적이 없는 수치이다. TV를 켜면 외출을 자제하라는 경고가 일기예보와 아래쪽 자막에서 연신 흘러 나왔다.)

– 일주일 동안 거의 잠을 못자고 학기말 시험들을 마무리 하자마자 미국행을 한거라서 잠이 많이 부족한 상태이다. 그런데, 누나가 예약한 호텔을 잘 못찾는다. 첫 번째 호텔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무거운 트렁크를 가지고 4층까지 올라가야 했는데, 낑낑대며 겨우 올라 갔더니 여기가 아니란다. 이런 삽질까지 했더니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호텔에 도착해서 일단 침대 위에 엎어진 상태로 기절했다. 초저녁 때쯤 일어나서 저녁식사도 할겸 호텔을 나와서 주변 시내를 대충 둘러보았다.

– 다음 날. 그 유명한 롬바드(Lombard) 언덕도 구경하고, 그 유명한 케이블카도 타 보았다. 마침 빌 클링턴 대통령도 이곳에 왔다. 그래서 한동안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되어 줄을 서서 한참을 초저녁 추위에 벌벌 떨며 기다려야 했다.

6/23 (월)

– 역사상 단 한 명의 탈옥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숀 코네리”. 영화 The Rock의 배경 알카트라즈(Alcatraz) 섬~. 배를 타고 섬에 도착. 멋지다. 과거 진짜 이곳의 죄수였다는 한 할아버지는 스타가 되어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싸인을 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범죄자가 이런 식으로 출세를 할 수도 있다니..

6/24 (화)

– 해저터널을 통과하는, 티켓 판매부터 운행까지 모든 것이 컴퓨터로 통제되는 지하철 BART(Bay Area Rapid Transit)를 타고 UCB(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로 향했다. “동부에는 하바드, 서부에는 버클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 미국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수풀이 울창한 깨끗하고 넓은 캠퍼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도서관이 제일 부러웠다.

– 갑자기 불현듯 미국 동전 quarter(25 cent)가 우리 나라의 100원와 크기와 무게가 같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테스트를 해봤다. 티켓 판매기에 넣어봤더니 진짜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될 것 같아서 다시 뺐다. 그랬더니 티켓 판매기가 1달러 짜리 지폐를 계속 뱉어낸다. 오… 그 다음 생략.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다리 금문교(Golden Gate Bridge). 다리를 조금 걸어봤는데 바람이 너무 심하다. 67m 아래에는 시퍼런 바닷물이.. 겁이 나서 한 3분의 1정도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6/25 (수)

– 미국의 유명한 장거리 수송버스 그레이하운드(Greyhound)를 타고 밤새 LA로 이동했다. 미국에서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는 도시. 다운타운은 치안이 불안하다고 해서 약간 걱정이 된다.

– 평생 꿈꿔 오던 디즈니랜드(Disneyland). 우오오와아아~ 내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 월트 디즈니(Walt Disney)가 꾸며 놓은 꿈과 모험이 가득한 세계.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뭐 한국의 일반적인 테마 파크들과 비교할 때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밤에 펼쳐진 환상의 Magic Show는 정말 멋졌다. 마치 내가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 디즈니랜드에서 신나게 놀기 전에 아침식사는 근처 거리에서 파는 핫도그로 해결하기로 했다. 디즈니랜드 앞에서 핫도그 장사를 하는 분은 한국 분이었다. 8년 동안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배낭 여행을 온 한국 대학생들은 처음 본다고 했다.

6/26 (목)

– 유니버셜 스튜디오(Universal Studio). 여러 가지 어트랙션(attraction)들이 있었고, 모두 흥미로웠다. 이곳에서의 압권은 영화 Water World를 소재로 한 Water World Show. 영화 배경과 똑같은 거대한 세트에서 펼쳐지는 실감나는 연기. 진짜 비행기가 갑자기 날아와서 바로 눈 앞에 떨어지기도 하고.. 하지만 정 가운데 앞쪽에 앉았던 우리는 온 몸이 홀딱 다 젖어버렸다. 어쩐지 이 좋은 자리가 늦게 왔음에도 비어있더라니..

6/27 (금)

–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라더스” studio를 목표로, 걸어서 Hollywood 일대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먹은 씨푸드가 안좋았는지.. 나는 설사, 누나는 급성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다. 나는 화장실에 몇 번 다녀오는 것으로 해결됐는데, 누나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일어났다.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고 목적 달성 완전 실패.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 뭐하고 해서.. 유명하다는 Chinese Theater에서 “배트맨 & 로빈”을 관람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6/28 (토)

– 렌트카를 빌려서 누나가 그 동안 갈고 닦은 운전 솜씨를 뽐내는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전밸트를 꼬옥~ 붙잡고 벌벌 떨었다. 위험하다는 LA downtown도 구경했고, 부자들과 Hollywood 스타들의 집이 모여 있는 부자동네 비버리힐스(Beverly Hills)도 구경했다. 너무 집이 커서 대문 밖에 안 보였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UCLA도 살짝 둘러보았다.

– 아~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립다. 맨날 햄버거, 샌드위치, 피자.. 이런 것들만 먹으니 힘도 안나고, 이내 허기가 지고 그래서 Korea town을 찾았다. 올 때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나눠준 튜브에 들어있는 고추장 볶음만 찔끔찔끔 찍어먹다가 며칠만에 먹어본 한국음식, 된장찌개. 눈물이 난다. 집에 가고 싶다.

– 경기는 없었지만 다저스 stadium도 가보았다. 텅~빈 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 찍은 걸로 만족해야 했지만 다저스 스타디움에 나의 기를 불어 넣어주고 왔으니 이번 시즌에 박찬호 선수가 잘 하리라 믿는다.

6/29 (일)

– 다시 그레이하운드(Greyhound)를 타고 이동했다. 해발 4000피트, 화씨 100도가 넘는 찌는듯한 죽음의 더위가 느껴지는 사막을 6시간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주변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게 사막 한 가운데에 홀로 있는 화려한 도시 라스베가스(Las Vegas). Gambling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사막 한 가운데로 모여들고 있다. 차에서 내리자 바로 느껴지는 사막 특유의 고온 건조한 기후.. 숨이 턱하니 막히고 어지럽다.

– 여태까지 있어봤던 호텔들에 비해 특급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숙박비가 훨씬 싸다. 아마도 돈을 아껴서 모두 도박에 투자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역시 도박은 힘들다. 15불 정도 잃는 선에서 오늘은 일단 도박을 접었다.

– 라스베가스는 치안이 안정된 도시라고 한다. 이곳이 마피아의 돈줄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장난치면 목숨이 위태롭다나.. 사실인지 아닌지..

6/30 (월)

–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형상이 기괴하게 생긴 낭떠러지를 한 1시간 동안 대충 둘러보려고 왕복 8시간을 투자했다. 인디언이 만들어주는 야외 부페에서 점심식사를 한 것은 이색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 호수를 만들었다는 후버(Hoober)댐도 구경했다. 무지하게 크다.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 나머지 시간은 역시 gambling~. 미국에서 이런 곳의 나이 제한은 만 21세. 그러니까 나는 한 달하고 며칠이 모자른 셈이다. 누나가 그 점을 염려했는데 역시나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내가 5불을 따서 쏟아지는 동전을 주워담고 있는데 police 등장. 신분증 보여달란다. 보여줬지. 나가란다. 이렇게 쫓겨났다.

– 밤에는 새벽 3시까지 라스베가스를 걸어서 돌아다녔다. 이곳 호텔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어서 호텔들 자체가 구경거리이다. 과연 듣던대로 화려하다.

7/1 (화)

– 드디어 서부 여행을 마칠 시간이다. 이제 중간 경유지인 큰 고모님 댁으로 간다. 오마하. 미 중부로의 여행.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공항에서 또 슬롯머신에 도전했다. 우왓~ 땄다~ 드디어 땄다~ 무려 180배! 그런데, 건 돈이 5 cent니깐…. 계산을 해보면….9불??

7/5 (토)

– 드디어 여행 재개. 새벽에 일어나서 동부로 향한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창 밖을 바라보니 바다가 보인다. 이상하다? 미대륙 한 가운데 왠 바다? 알고보니 5대호 중 하나라고 한다.

– 유럽풍의 낮고 낡은 집들과 벽돌이 깔린 좁은길, 거기에 현대식 건물들이 적절히 조화된 아주 예쁘장한 도시 보스톤(Boston). 아직 유럽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 한 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국 독립 기념일 바로 다음 날인 오늘, 독립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이곳을 방문하여 독립운동의 흔적들을 둘러보게 되어 의미가 깊었다.

7/7 (월)

–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드는 곳을 꼽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바로 이곳 “케임브리지”를 들겠다. 이유 1. 바로 내가 이곳에 왔으니까.. 이건 농담이고.. 2. 세계 최고의 공대를 보유하고 있는 MIT가 있으니깐 3. 케네디를 비롯한 6명의 미대통령과 3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낸 명실상부한 미국 최고(最古 & 最高)의 대학 HARVARD가 있으니까. 보스톤의 서쪽, 찰스주의 맞은 편에 있는 60개 이상의 대학이 있는 학원도시 “케임브리지”. 젊은 두뇌들의 활기와 열정, 그리고 자유가 느껴지는 곳이다.

– 결국 찾아간 곳은 MIT 조선해양공학과. 마땅히 다른 데 갈 데가 없더라고. 자그마한 모형 선박 전시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 자랑스럽게도 거북선이 떠억~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학생 명단에도 한국 사람들이 꽤 되어서 자랑스러웠다.

– MIT의 기념품점. 수 없이 널려있는 MIT logo가 새겨진 티셔츠들 가운데 유독 홀로 튀게 HARVARD가 왕따시만하게 새겨져있는 티셔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역시 세계적인 대학들은 서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기념품도 바꿔서 파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가보니.. 그 logo밑에 써 있는 문장은.. “because everybody can’t get into MIT”.

7/8 (화)

– 어제..아니..오늘 새벽까지 호텔에서 scrabble 게임을 하고는 새벽 4시에 기상. 다시 그레이하운드(Greyhound)에 몸을 싣는다. 4시간 정도 졸다가 침을 닦으며 깨어보니 저~어만치에 초고층 빌딩들이 뽀오얀 먼지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바로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Newyork). 하지만 찌는 듯한 더위, 답답한 공기, 더러운 거리, 복잡하고 무질서한 교통, 뭔가에 쫓기는 듯 분주하고 타 도시에 비해 불친절한 사람들, 꼬리꼬리한 냄새, 욕이 절로 나오는 찌렁내 나는 지저분한 지하철.. 이것이 뉴욕의 첫인상이다. 몹시 실망. 꽤 복잡하다는 서울에서 온 나로서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어지러운 도시이다.

– 브로드웨이에 온 이상 뮤지컬 한 편 콜~. “Les Miserable”을 보았다. 일단 스케일이 매우 컸다. 웅장하고 훌륭한 무대시설에 환상적인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 하지만 공연이 3시간은 너무 길다.

– 소문에 의하면 어두워진 후 뉴욕거리를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하던데.. 뮤지컬이 끝난 시각은 11시. 게다가 우리 일행은 제일 위험하다는 42번 도로를 따라서 숙소를 향했다. 흑인들은 밤에 보면 그 공포감이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이상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니혼진~니혼진~”을 외치는 남미 사람들. 막 “Fuck~Fuck~”거리며 흑인 4명이서 다른 흑인의 지갑을 빼앗고 있는 현장을 스쳐지나.. 많은 only adult XXX 24 hours라고 쓰여있는 상점들과 거지들이 심심하면 보이는 거리를 20분여 걸어서 무사히 숙소에 돌아왔다. 휴~ 내일부터는 일찍 다녀야겠다.

7/9 (수)

– 다섯 고개~ Quiz~
1. 만화 “시간 탐험대”의 “램프의 바바”가 청혼을 한 여인은?
2.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마술로 사라지게 한 여인은?
3. 188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기증한 여인은? (말이 쫌 이상하네…)
4. 횃불을 치켜들고 대서양응 응시하고 있는 여인은?
5. 머리에 씌여진 관의 7개의 첨탑은 세계 7개의 바다, 7개의 주에 자유가 퍼져나간다는 상징이라나?
정답은 자유의 여신상.

미국의 상징. 기대가 컸는데 직접 와서 보니 상상과는 다르게 그다지 아주 크지는 않으며, 좀 뚱뚱하고 짧달막한 다리의 중년 아줌마. TV나 모형들에서 봤던 느낌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 스트릿(Wall Street). 17 세기 초 현재 뉴욕의 기초를 이룬 네델란드인들이 최초로 살기 시작한 곳으로 당시에는 뉴암스테르담이라 불리었으며,  월 스트릿(Wall Street)이라는 이름은 그 당시 네델란드인들이 인디언과 그외 다른 침입자들의 습격을 막기위해 세운 목재벽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영화 “다이하드 3″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이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녹스 요새를 가보는 것은 실패했다. 아는 사람이 없었다. 경찰들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냥 뉴욕 증권거래소 투어와 황소상 앞에서의 기념 촬영으로 만족했다.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바라본 뉴욕의 야경….. 정말 아름다웠다….이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

 

이후 필라델피아를 하루 거쳐 워싱턴 D.C. 로 향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만나는 몇몇 백인들은 흑인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신신당부를 하였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에 정말 영화에서나 볼법한 흑인들만 사는 가난한 시골 동네를 지나갔는데 백인들이 우려하는 것과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다.

워싱턴 D.C.는 수도답게 매우 깔끔하고 평화스럽고 안정되어 있었다. capital city인 만큼 막강 국가 미국의 power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기관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었다. 백악관, 미국방성 팬타곤, FBI, 지폐제조국, 케네디와 재클린이 안치되어있는 Arlington 국립묘지, 링컨기념관, 워싱턴기념탑(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포레스트와 포레스트 여자친구가 만나 포옹한 연못있는곳) 등 이름만 들어도 아하~ 하는 건물들이 많았다. 그리고 세계를 이끄는 국가의 지도자가 있는 백악관. 예상과는 달리 매우 작았다. 주위에 있는 큼직큼직한 화려한 건물들에 비해 너무 초라할정도 였다. 우싱턴 D.C. 또한 야경이 아름다웠다. 대부분의 시설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하철도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깔끔하고 세련되고 멋졌다. 맘에 드는 곳이다.

– 한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혼자서 돌아오는 귀국길. 누나는 1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며칠 뒤에 따로 귀국하기로 했다. 시카고 공항에서 경유를 해야 하는데 대한항공 카운터에 가보니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미 오버부킹되어 많은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있는 상황. 그런 혼란스러움도 잠시. 사람들은 어디론가 뿔뿔히 흩어져 버렸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예정에 없던 비상 상황. 옷도 전혀 없고, 가지고 있는 돈도 100불 짜리 달랑 한 장 뿐. 짐도 이미 보냈고, 짋어진 배낭 안에는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누나의 토익 문제집 3권만 있었다. 착신자 부담 전화로 누나에게 연락을 해서 급하게 현금을 전달 받았다. 그리고, 누나가 예약해준 시카고 호텔로 출발. 예정에도 없는 시카고 시내를 구경하게 되었다. 덕분에 시어즈 타워(Sears Tower), 시카고불스의 홈구장인 United Center를 구경할 수 있었다. 몇 차례 위기가 있었는데 흑인 아줌마들의 도움으로 잘 극복했다. 흑인들은 잘못된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매우 친절했다.

– 다음 날 다시 도착한 시카고 공항. 새벽 출발 비행기이다. 100불 짜리 지폐는 잘 안바꿔준다. 맥도날드에서 100불 짜리 사용하려다 퇴짜를 맞았다. 밤이 되니 가게들도 다 문을 닫고, 앉아 있을 곳도 마땅히 없었다. 5시간 정도를 보내야 하는데 가지고 있는 것은 토익 책 3권.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뚜껑을 내리고 토익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 x 냄새.

– 한 달 만에 집에 도착. 홀로 먼저 떠난 내 짐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사라졌다. 한 달 뒤에나 트렁크를 받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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