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출장

 

“쿵푸요가”, “신과 함께” 등의 영화에서 사용할 배경 레퍼런스 획득을 위한 출장이다. 두바이 공항에서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으로 환승하여 요르단으로 가는 일정인데, 두바이행 대한항공 비행기에는 예상 외로 빈 자리가 많아서 두 좌석당 한 명씩 앉아서 갔다. 두바이 공항은 매우 넓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게이트 까지는 버스로 이동하는데 버스 배차 간격이 짧지 않으므로 탑승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다소 서두르는 것이 좋다.

여기서 잠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배터리 압수 사건.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으로 환승하기 위해서 두바이 공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가지고 간 고용량 드론 배터리(TB48) 9개를 모두 압수 당했다. RED 카메라용 배터리 2개도 같이 빼았겼다. 정전기 방지 봉투에 넣어서 1인당 2개씩 기내에 가지고 탑승하면 문제가 없다고 사전에 대한항공,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에서 확인을 받았고, 문제가 없도록 요르단 정부에도 사전에 시리얼 넘버를 등록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두바이 공항 검색대 직원은 본인은 국제 규정이고 뭐고 그런거 모른다고.. 탁송 수하물로 보냈어야 한다고 하면서 무자비하게 빼았아 갔다. 어떠한 항의도 소용이 없었다. 완전 깡패. 오히려, 계속 항의하면 더 안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리에게 경고를 했다. 그럼 압수된 배터리들을 DHL 등을 이용해서 한국으로 돌려 보내면 안되냐고 사정해봤지만 무조건 No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럼 여기서 보관하고 있다가 우리가 며칠 후에 다시 돌아올 때 한국으로 가지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해봤지만 그것도 No 였다. 완전 어이 없었다. 드론은 뭘로 날리라고.. 급 관광객 모드로 변신하며 망연자실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었더니 바로 앞에 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두바이 공항 내의 면세점 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혹시나 하고 가서 물어보니 저용량 드론 배터리(TB47)를 팔고 있었다. 이 쉐이들.. 압수 지점 바로 앞에서 배터리를 팔고 있네… 두바이 공항 면세점에서 구할 수 있는 최대 수량인 8개를 싹싹 긁어 모아 급한대로 구입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두바이를 출국할 때 다른 검색대에서 이걸 가지고 또 딴지를 건다. “니네 면세점에서 산거다.”라고 말하고 영수증을 보여줘도 듣지도 보지도 않는다. 이렇게 요르단행 비행기 출발 시간은 지나고… 난리를 치고 뛰어 다니면서 운좋게 타긴 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사건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요르단에 도착해서 구입한 배터리들을 충전하려고 하니.. 두바이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8개 배터리 중 5개가 불량, 충전 불가 상태로 나온다. 하… 한국에 문의해보니 해외에서 구입한 배터리는 수리 및 교환이 안된다고 해서 중국 본사에 문의해보니 일단 시리얼 번호를 보내달라고 한다. 그래서 시리얼 번호를 정리하고 있다가 발견한 사실인데, 배터리에 적혀있는 시리얼 번호와 포장 박스의 시리얼 번호가 다른 것도 있었다. 포장 상자가 약간 뜯겨져 있는 배터리도 발견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 가게에 들려서 “너희가 판매한 8개 배터리 중에서 5개가 불량이었다.”라고 따지니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는 고장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아주 당당하다. 수리해서 보내주겠다며 맡기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배터리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두바이 대 사기극.

현지에서 요르단의 정확한 발음은 조르단이다.
틀린 예) 야! 너! 요단강 건너고 싶냐?
옳은 예) 야! 너! 조단강 건너고 싶냐?

조르단의 화폐단위는 디나르. 고정환율로 1달러=0.709디나르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은 동일하며 1리터에 600원 정도이다. 일반 물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관광지 물가는 결코 싸지 않고 한국과 엇비슷하다.

조르단과 한국 사이의 시차는 6시간이다. (조르단 시간) = (한국 시간) – 6시간.

조르단의 나라 색깔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밝은 황토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보호색처럼 대부분 건물들도 땅 색깔과 유사하다. 강수량이 거의 없고 땅 자체가 바싹 말라있어서 척박한 환경인 것이 단박에 느껴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심각한 물 부족 국가라고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매 식사마다 오이, 토마토, 수박이 빠지지 않고 풍성하게 나온다. 오이와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가 많다. “대체 어디서 나는거지?” 매 끼니마다 난(naan)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걸 묽은 카레에 찍어 먹거나 오이로 만든 샐러드 같은 것과 함께 쌈을 싸서 먹으면 된다. 대부분의 음식들이 인도나 동남아 음식과 비슷하지만 향신료 냄새가 많이 강하지 않아서 큰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고기는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를 먹고, 종교상의 이유로 돼지고기는 먹지 않는다. 생선을 굽거나 튀긴 음식도 자주 볼 수 있다. 조르단 사람들은 설탕을 좋아하기 때문에 달콤한 디저트들이 많다.

길 곳곳에 무장경찰이나 군 검문소가 많아서 분위기가 꽤 무섭다. 호텔 입구마다 수하물 엑스레이 검색대가 있어서 호텔에 들어갈 때마다 검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형식적으로만 검색이 진행된다.

현대, 기아차와 삼성 스마트폰이 정말 많고 KEPCO, LG 등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 잘 알거나 관심이 있지는 않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를 “꼬레”라고 부른다. 항상 그렇듯 해외에서는 한국보다 북한이 더 유명하다. Korea에서 왔다고 그러면 South냐 North냐를 묻는 질문이 많다.

예상대로(?) 하산, 모하메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아직 때가 묻지 않아서 호의를 많이 베풀며 산다. 이슬람 교리를 철저하게 따라서인지 무슬림들은 매우 친절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밝게 웃으면서 진심으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얏살람 알라이쿰”이라고 하는 인사인데 “알라의 평안이 당신에게 있기를”이라는 뜻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적대감이나 경계심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설령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종교의 순기능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이슬람 교리에 따르면 진정한 무슬림은 타 종교에 배타적이지 않고 선량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따라서, IS(아이시스라고 부름)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무슬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조르단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IS 때문에 걱정했다.”라고 하니, 시리아와 이라크는 위험할 수 있지만 북쪽의 시리아와의 접경지에는 군인이 지키고 있는데 왜 위험하냐고 나에게 되묻는다. 이 사람들은 조르단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북한 때문에 오히려 한국을 더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에서 난리가 났던 메르스. 그런데 정작 이곳 사람들은 메르스가 뭔지 모른다. 그냥 모르는 것이 아니고 아예 모른다. 한국에서는 낙타가 메르스의 근본 원인으로 밝혀졌다고 했는데 정작 이곳에서는 낙타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심지어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낙타를 거리낌 없이 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메르스의 원인이 정말 낙타 때문인지 의구심이 든다.

빈부격차가 크고 못사는 사람들이 많다. 암만 등의 대도시는 여느 나라의 대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페트라 등의 관광지에는 말, 당나귀, 낙타 등을 타라고 호객 행위를 하거나 땡볕에 하루종일 앉아서 구걸하는 어린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샌드위치를 보면 하나만 달라고 하는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많다.

핸드크림을 가지고 왔어야 했다. 매우 건조하다. 손등이 바싹 마른다. 사막 여행에서 핸드크림은 필수품이다.

남자 화장실에 소변기가 없는 곳이 많다. 치마같은 전통의상을 입은 채로 서서 소변 보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좌변기 옆에는 작은 샤워기가 있는데 응가를 한 후에 사용하는 비데이다. 각자 자신의 똥꼬를 깔끔하게 씻는건 좋은데.. 다음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거임? 화장실에 들어가면 좌변기 앉는 곳에 물이 많이 튀어있다. 많이 급해도 일 보기 전에 일단 휴지로 좌변기 청소부터 해야 한다.

와디럼(Wadi Rum) 사막에서 촬영할 때 처음에는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게 싫었다. 그래서 몇 분 마다 한 번씩 신발을 벗어서 모래를 털었는데 조금 적응이 되고 나서는 전략을 바꿨다. 어짜피 계속 신발 속으로 모래가 들어올 바에야 미리 모래를 채워 넣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말을 벗고 사막 모래로 채운 후에 맨발로 신발을 신었더니 오히려 느낌이 더 좋다. 모래가 굉장히 부드럽고 발바닥이나 발가락 사이에 땀이 덜 차서 좋았다.

사막은 낮에는 매우 뜨겁고 덥지만 아침과 저녁에는 꽤 쌀쌀하다. 따라서 얇은 긴팔과 윈드 브레이커 등을 챙겨서 가면 좋다. 북쪽에 있는 수도 암만과 남쪽에 있는 아카바는 10도 정도의 기온차가 난다고 한다.

와디럼 등은 해발고도가 높다. 제일 낮은 곳이 해발 1000미터 정도. 그래서 귀가 자주 먹먹해지고, 드론 신호 유실 경고가 자주 뜬다. 결국 신호유실로 인한 자동 돌아오기 모드 작동중 돌산에 부딪쳐서 추락. 드론을 두 대 가져가지 않았으면 이틀만에 관광객으로 전락할 뻔 했다.

와디럼(Wadi Rum), 페트라(Petra) 등의 관광지와 그 주변은 정말로 감동적인 장대, 장관, 절경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많이 이용된다. 이곳에서 촬영한 작품들로는 인디아나존스, 마션, 트랜스포머, 미생 등이 있다.

우리가 페트라(Petra)에 촬영하러 갔을 때 이미 벌써 다른 촬영팀이 와 있었다. 물어보니 소니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 앞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을 촬영한다고 한다. 우리와 동일한 기종의 드론으로 촬영 준비도 하고 있었다. 왠지 꿀리면 안되겠다라는 경쟁심이 들었다. 그런데 페트라(Petra)는 절벽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GPS가 잡히질 않는다. 따라서 드론의 자동 위치 보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며 수동 모드로만 날려야 했다. 수동모드에서는 드론이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대로 날라간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비행 모드이다. 드론을 날리면 수 십명의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모두 관심있게 나를 쳐다본다. 우리는 사전에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얼마전 이탈리아에서 무허가 비행으로 두오모 성당에 드론을 추락시켜서 인터넷 댓글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뉴스가 자꾸 떠올랐다. 바람이 불때마다 드론은 엿먹어봐라는 식으로 휘청거린다. 등에는 식은 땀. 계속 고개를 최대한 든 채로 떠 있는 드론을 쳐다보느라 뒷목이 엄청 아프지만 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유적지에서 드론을 추락시킬까봐 엄청 긴장했다. 소니팀은 프로답게 과감하게 날리더만.. 나는.. “어어어어 위험해욧. 어어 더못가욧!” 모양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파리가 너무 많다. 사막 한 가운데 있어도 항상 파리 몇 마리가 몸과 얼굴에 들러 붙는다. 파리들의 주식은 말똥, 당나귀똥, 낙타똥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밤이되면 파리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안보인다. 파리가 주행성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낮에는 파리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앉아서 쉬거나 무엇을 먹거나 짬을 이용해서 낮잠을 잘 수가 없었다. 모기처럼 귀 주변에서 계속 윙윙거리거나 팔, 다리, 손, 얼굴에 자꾸 달라붙어서 간질간질. 항상 다섯마리 정도의 파리는 내몸에 붙어 있다고 봐야한다. 전기 모기채를 수출해서 팔아보면 대박이 날 것 같아서 물어보니 이미 들어와 있다고..

낮에는 햇빛이 너무 뜨겁다. 처음에는 모자, 썬글라스, 마스크, 팔토시 등으로 완전 중무장 했는데, 귀찮아서 장갑을 착용하지 않았더니 손목에 경계선이 생겼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조르단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맨 피부로 다닌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타지 않는다고 한다.

사해(Dead Sea)는 전세계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곳이다. 해발 -400m 정도 된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여서 많은 호텔이 있다. 그러나 사해는 일 년에 1m씩 수위가 감소하여 수 십년 뒤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사해 건너편에는 이스라엘이 보이는데, 이스라엘과 조르단이 사해로 흘러들어 가는 하천들의 수자원을 많이 써서 그렇다고 한다.

 

시끌벅적한 도시를 떠나서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사막 한 가운데에 있어보니 너무 좋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지 여행의 묘미를 알아버렸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광할한 공간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는 느낌. 마치 진공 속에 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 조르단에 가야한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고 가기 싫은 생각들이 들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관광지에는 리조트 등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가족들과도 함께 한 번 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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